교회 글
우유부단
크로!
2011. 5. 27. 20:30
지난 한 주간은 곤욕스런 날이었다. 함께 연구를 하던 연구원이 짐을 싸 광주로 떠났다. 재계약이 불투명한 것도 있었지만 최근에 결혼까지 한 가장이라 낮은 보수에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체를 알아봐 주겠다는 제의마저도 뒤로 한 채 미련없이 떠났다. 대전의 2년 세월을 좋은 경험으로 간직하겠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고, 그 또한 수완이 좋아 오히려 이런 아픔이 성공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떠나는 환송식에 그의 가족을 부른 우리도 비정하였지만, 떠나는 그의 아내와 아기의 밝은 모습에서 오히려 맘이 아팠다. 대학 동창의 전화가 왔다. 따짜고짜 자기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여있으니 힘을 보태어 달란다. 나도 쌓아 놓고 있는 자금이 없다니 그럼 신용대출을 하여 꾸어 주기를 요청한다. 전혀 그럴 맘이 없지만 친구에게 무자비하게 거절하기 어려워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학 졸업 후에 늦게 유학을 갔다가 학위 후에 가까운 분이 총장인 대학에서 임시로 교수를 하고 있었는데, 총장 퇴임 후에 그 자리도 여의치 않았는지 대전에 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가을 개업식에 나에게 부탁하기에 부라부라 동창명의의 화분을 보내 준 적이 있다. 다음날 만나보니 봉급자의 수익보다도 장사기 잘 되지만 사업 확장으로 말미암아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의 우유부단한 모습 가운데 차갑고 무정한 냉철함이 있는데 그 친구는 나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 그래도 나의 표현은 매몰차지 못하여 '나도 내 사업을 할 때 현금 얼마를 추가 투자하기 싫어서 사업을 접은 사람이다' 라며 거절을 하였다. 아직도 그는 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만나기만 하고 수락하고만 싶지만 우리의 생활은 그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는 헤어짐과 거절을 해야한다. 그런데 자신이 그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적당한 변명을 갖다 붙인다. 나의 모습을 불쌍히 여겨 주시고 낙심가운데 있는 이웃이 하나님의 간여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