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글

방학을 마치며

크로! 2011. 5. 27. 20:32

금요일 목장개강을 앞두고 방학 동안을 되돌아 보게된다.
거의 빠뜨리지 않고 가까이 했던 '생명의 삶'도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새벽기도나 수요예배도 거의 참석하지 못하였다.

신성교구에서 목자들끼리라도 한번 낚시를 하여 교제를 나누자고 했는데 그것마저 못 본 체했다. 목자모임은 다음 주에 시작되니 9월6일 토요일에 날짜를 잡자고 이병철전도사가 귓뜸을 했는데 이날은 우리 교회에는 나오시는 박상덕(KEPRI 원장님)의 자녀 결혼식이 있다. 이 핑계 저핑계 대다보면 전혀 시간이 없다.

프로그램머에게는 '자는 모드'와 '프로그램하는 모드' 두개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저가 마치 그 프로그램와 같다. 작년 한 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도입되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하나라도 이상한 점이 나타나면 그곳을 찾아 개발업체에게 통보를 한다. 이 작업을 의욕적으로 하다보니 프로그래머처럼 행동하고 있다. 40대 후반에는 큰 그림을 그렸야하는데 아직도 나는 작은 진리에 흥미를 느낀다.  

간혹 인적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발표를 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저의 전공이 화학이니 생뚱맞은 요청이지만, 화학에서 전산, 계측제어, 인간공학, 심리학으로 닥치는대로 걷다보니 대충 한두시간 정도를 넘길 수는 있다. 사람의 감동과는 거리가 멀지만 흥미로운 숙제, 한번 정도 생각할 만한 주제들로 시간을 보낼 수는 있다.  

발표 자료를 준비하다보면 도올선생을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그는 참 박식하고 모든 학문을 섭렵한 것 같다. 요즘에는 중앙일보에서 연재되는 도마복음 이야기를 보고 있는데 그 글을 통하여 시대와 학문을 초월한 여행을 맛 본다. 그런데 도마복음이 어떤 내용이기에 그처럼 사설이 긴가하고 도마복음을 보니 실망이다. 정경에 포함되기에는 좀 표현이나 내용들이 미흡하여 보였다. 뭣 깊이있게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즉 도마복음의 내용보다도 안내자의 해박한 입담에 즐거워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도울을 만난다면, 지식이 수학이나 과학으로 무장되었다면 칸트나 헤겔같은 세기의 철학자가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대가의 주석에 머문다면, 이공계 살리기를 하고 싶다.

방학동안 Naver나 Google 지식여행에 빠져 내 주변을 소월히 한 것 같다. 먼지 쌓인 생명의 삶을 꺼내야겠다. 머리를 숙이는 이삭처럼 내 영혼이 영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