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글

빈 그물

크로! 2011. 5. 27. 20:32

매년 진급을 위해 승급심사표를 쓴다. 이 심사표는 혹시 다음 해에도 참조될 수 있기 때문에 남겨 두는데 올해 작성하면서 살펴보니 꽤 쌓여 있었다.  
한 두해는 들러리로 참여하고, 이를 기쁨으로 받아드렸지만 최근에는 내가 주력세력이다.  
그런데 그 희망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분한 마음에 2007년 송구영신 예배에 참여하여 기도제목 마저도 제출하지도 않았다. 올해에도 기대를 하였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올해에는 2007년 때처럼 맘을 평정을 잃지는 않았다. 냐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삼았다.

81년 수능을 미달로 합격하였으니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할 필요도 없었다. 적어도 사물의 법칙을 깨치는 능력에서는 제법 자신이 있어 이를 우쭐거리면 살아 온 것 같다. 나의 부족한 점은 애써 외면하면서...
대학이후 나의 결정을 되새겨 보았다.  
당시에는 대수롭게 여긴 부분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을, 시대에 편승하며 살 것을, 좀 더 인내할 것을 등등 온갖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베드로가 밤새도록 그물질을 하였으나 빈그물을 싣고 되돌아 오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손금보듯이 그 호수를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날은 잡지 못했을까?  
호수만 알고 있었지 온도와 날씨를 몰랐는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성경은 그 이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명령만이 나온다.  
올해 만선의 기쁨을 가져다 줄 나의 깊은 곳은 어디일까?  
그래서 요즘에는 나는 새벽기도에 자주 나온다.  
혹시 여명에, 호수가에 앉아 계시는 예수님이의 훈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잡는 어부가 될까봐 염려되신다면  
저는 선언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목적에 별 관심이 없거든요. 다만 고기만 많이 잡게하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