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외도에 가 보자

크로! 2017. 12. 31. 20:01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살다보면 가볍게 여겼던 고향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후에 동해안을 따라 자동차 여행을 했는데 처음 몇 킬로미터는 새로운 맛을 느꼈으나 머지않아 단조로워졌다. 서해안도 비슷하다. 그 후로는 하계 휴가 기간이 되면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는 명목도 있지만 고집스럽게 거제도에 머물렸다 

아담한 와현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몽돌로 덮여 있는 학동 해수욕장을 지나 동백꽃 숲이 우거진 해금강으로 차를 달려 보아라. 도로밑 양 옆에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해금강 곶으로 달려나가면 황토 빛 마을이 반갑게 맞아준다. 아담한 마을의 꼬불꼬불 골목길을 내려가 보아라. 이내 납작한 암석이 나타나고 자리를 잡고 앉으며 쉴새 없은 파도의 화음을 들을 수 있다. 11시 방향의 귀암절벽이 해금강의 비경이다.


해금강 곶을 빠져 나와 계속 거제도 해안도로를 계속 따라 가면 여차 해수욕장 푯말이 보인다. 자갈 해변에 너무도 투명한 바닷물이다. 발을 깊숙히 담그고 사색에 젖어 보아라. 조그만한 해변이지만 마치 적도근처의 태평양에 온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명사해수욕장이 있는데 여름 방학이면 늘 찾는 곳이다. 넓은 백사장에서 수영를 즐기다 싫증이 나면 바로 뒷쪽 소나무 숲에 누워 잠을 청하라. 썰물이 되면 모든 해수욕객이 조개를 잡느라고 해변이 파헤져지고 온통 흙더미이다.



큰딸인 나민이는 드라마 겨울 연가를 보고 이번엔 외도에 가지고 재촉한다. 고향 어머니에게 어떠하냐고 물으니 동네 뒷산에 올라가는 풍경이고 덥기만 할 것이란다. 아침부터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고생을 각오하고 장승포의 선착장에 갔으나 기대와는 다르게 전국각지에서 온 피서객들로 북새통이었다. 거의 매진되어 저녁에 떠나는 배편만 남아 있었고 또 우리 초롱이(개)를 데리고 탈 수가 없단다. 외도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의구심이 일고 우리는 다음 기회도 많으니... 발길을 돌려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와현 해수욕장에 오니 이곳에도 외도 가는 배편이 있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손님도 적고 오후 2시경에 떠날 수가 있었다. 배가 닫자마자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에는 향나무, 동백나무, 대나무, 야자수 등이 빽빽히 심어져 있었다. 너무나 정성스럽게 정원을 꾸몄고 군데 군데 미술 조각들이 놓여 있었다. 섬 정상에는 온갖 꽃들이 어울려 피었고 그 사이로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보인다. 높은 곳에 보는 정원의 풍경은 기하학적이고, 더 멀리 바라보면 거제도의 해안선과 조화롭다. 디지탈 카메라를 연신 눌려댔다. 내 평생 이보다 잘 꾸며진 정원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