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Fjord를 느끼며

크로! 2017. 12. 31. 19:50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5월 20일경에 할덴 연구소에서 로엔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빙하가 있는 로엔에서 원자력 관련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틀 먼저 출발하여 Fjord를 구경하기로 했다. 7번 도로를 따랐다. 



길옆에는 파릇 파릇 새싹이 돋고 호수가의 캠핑장에는 때 이른 카라반들이 북적거렸다.

산자락의 완만한 경사에 마을이 터를 잡고 있다. 시원한 강물, 간혹 보이는 폭포, 노르웨이 특유의 가옥을 지나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스키 유원지인 자일로를 지나자 제법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길 옆에는 3-4 미터 되는 막대기가 세워져 있는데 눈이 올 때 제설용 같다. 사실 겨울에는 7번 도로가 개통되지 않는다.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외계의 행성처럼 보였다. 조금 더 가니 길 옆에 내 키보다 큰 얼음 벽이 도로를 따라 호위한다. 신기하여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의자가 있는 공터에서 컵라면을 먹으려 멈추었다. 물을 붓고 1분도 되지 않아 추위에 쫓겨 차 안으로 피한다.

다시 차를 출발 시켰다. 계속 고도는 높아지고 눈이 도로 바닥위로 휘날렸다. 이러다가 얼어 죽을 것 같은 초조함이 밀려왔다. 차안이 조용하다.



한참 만에 내려막길 이다. 경사가 급했다. 그래도 사람 냄새에 안심이 되었다.  산 중턱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냥 지나치려다 고개를 드니 커다란 폭포다. 차를 되돌렸다. 이곳이 Eidfyord의 폭포였다. 너무 장관이다. 절벽 위에 선 우리는 무서워 떨어지는 물줄기의 바닥을 결국 볼 수 없었다.   

우리는 그날 저녁을 사방이 병풍 같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묵었다. 

 

한국에서 공수한 코오롱 텐트였는데 지나가는 노르웨이 사람이 고개가 꺾어지도록 쳐다보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인지 그 날 밤 추위에 대한 걱정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알았지만 통풍를 강조한 한국식 텐트는 바람이 심하고 기온이 낮은 유럽에서는 다소 무리다. 그리고 5월은 텐트치기에 이른 시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추위에 대한 비책이 있다. 전기 장판이다. 밤중에 두번 일어나 차동차로 강한 바람을 막았다. 

   

아침에 하당가 피오르드를 가로지르는 무지개를 음미하며 배를 탔다. 물줄기가 산봉우리에서 수직 낙하하고, 아! 함성을 지르는 순간 차는 다시 터널 속으로 빨려 든다.

베르겐 가는 길은 온통 물의 축제이다. 대서양에서 발달된 구름에 비기 되어 퍼 붓는다.


베르겐의 옛 건물을 보는 둥 마는 둥 여행을 마친 우리는 플롬을 향해 비 속을 질주한다. 같은 프로젝트 팀원인 존 아이너의 고향 Voss는 알프스처럼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Voss 다음이 플롬이다.  때 이른 여행 철이었지만 숙소는 가득차고 우리는 몇 곳을 답사한 후에야 처음 흥정한 Hyte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숙소는 깨끗하지만 서양인의 체취가 풍겨 나왔다.


밤새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고갯길이 눈으로 막혀 송내 피오르드는 배로 건너야 한다고 알려준다. 14Km나 되는 긴 터널을 지나 구두방겐에서 배를 탔다. 정말 깎아지른 피오르드 해안이다. 이른 아침이라 배를 타는 손님은 손가락으로도 헤아려진다. 우리가 내리는 항구에는 우리 가족뿐이다.

쪽빛 같은 피오르드의 물빛을 즐기면 로엔에 도착하여 알렉산더 호텔에 묵었다. 텐트와 캐빈에서 최고급 호텔로 상승한다. 샤워를 즐긴다.


워크삽 과정 중 빙하관광이 있었다. 차를 타고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절벽이고 간혹 눈사태가 발생한다. 그날도 절벽에서 떨어진 돌이 차를 덥쳐 어린이가 희생되었고 한다.  산사태가 호수로 떨어져 파도에 휩쓸리어 죽은 자의 비석이 눈길을 끈다.



산봉우리에는 거대한 빙하가 자신을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계곡으로 계곡으로 흘러내렸다. 우리는 빙하 행렬의 끝 자락을 만지며 즐거워 했다.


노르웨이 사람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면서 안전지대로 빠져 나오라고 야단이다.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노르웨이 멜로디를 들으며 숙소로 되돌아 왔다.


5월이 되면 그 노르웨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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