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고등학교에서

크로! 2017. 12. 31. 19:49

고등학교때 학력고사를 치룬 후 일이다. 우리 때부터 본고사가 사라졌다. 하루는 교실이 시끌벅끌했다. 시험 때문에 못간 소풍을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가자고 우리는 요구했다. 

 

선생님은 사회분위기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학생 대표가 선생님이랑 실랑이를 했다. 주동자 한명을 퇴학(?) 시킨다 하고, 학생들은 데모를 한다고 했다. 나는 여행이나 소풍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한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사실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몰려 나갔다. 교실문을 나가다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아니 너까지...


운동장에 모였다. 교련 선생님 물러가라고 친구들이 외쳤다. 아니 선생님한테 이런 구호를... 그리고 운동장 세 바퀴를 돌았다.


내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눈물을 흘렸다. 용기를 내었다. 내가 설 곳이 아니었다. 대열을 이탈하여 교실로 향했다. 등 뒤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골집으로 되돌아 가자. 교실에 들어섰다. 아니! 여기에도 친구들이 많았다. 가방을 챙겼다. 교실문을 나셨다. 교문앞에는 규율부 친구들이 문을 봉쇄하고 있었다. 


나가면 아니돼...


비장한 나의 얼굴을 보자 아무 말없이 보내 주었다. 하숙집에 짐을 챙겨들고 고향집 버스를 탔다. 

아 여기서 일생이 끝나는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어머니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었다.

부모님은 별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는 학교에 아니 간다고 우겼다.

하루밤 동안 온갖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면 예비군도 안될 것 같았다. 대학 안가고 살아 가는 길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에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편지를 썼다. 선처를 베풀어 시골로 전학시켜 달라고 했다.  우리 엄마는 글을 모르시니 그대로 보여 주었다. 저녁에 선생님이 아무말 않을 테이니 학교만 오라고 했다. 


다음날 다시 마산으로 갔다. 그러나 학교에 차마 얼굴을 내밀 용기가 없었다. 며칠 하숙집에서 다시 묵었다.

친구가 왔다. 선생님은 아직도 출석만 부르신단다.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 갔다.  그후 선생님은 졸업식때까지 어떤 말도 없었다. 

나는 늘 그 선생님을 존경한다.


이처럼 나는 몸으로 세상을 배웠다. 그렇지만 머리로 배우는 지혜가 부럽지만은 않다.

대학때 많은 친구가 데모를 할 때 나는 꽁무니만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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