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술 숨기기

크로! 2017. 12. 31. 19:47

60년대 후반이나 70년대초로 기억된다. 쌀이 부족하여 정부에서는 가정에서 술을 담지 못하게 했다. 대신에 시골 동네마다 주정 공장에서 밀가루 술을 빚어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다. 그렇지만 농사일을 하는 장정이 있는 집은 간혹 막걸리를 담아 먹었다. 

아랫방 초롱불 아래 책을 읽고 있을 때면 술 익는 소리가 보글 보글 거리고 손 가락으로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때때로 면서기들이 집집을 돌며 국가의 시책에 반하는 가정이 있는지 조사를 하곤 했다.

동내 어귀에 공무원이 들어서면 재빨리 방안에 있는 항아리를 밭이나 산으로 옮겨 놓아야했다.

하루는 단속반의 눈에 술을 숨기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열심히 고개를 향하여 도망가는 농부가 있었다.  왜 이제까지 술을 찾지 못했는지 설명되었다. 

이놈 이번만은 기어코 잡고 말겠다. 꼬불 꼬불 비탈길 따라 추격이 시작되었다.

거리가 좁혀들고 고갯마루에서 부딪쳤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무슨 소리인고.."


통을 들여다 본 순간 술은 없고 허탈해 하는 단속반이 마을로 되돌아 왔을 땐 이미 ..

그날 저녁 그 지게꾼은 동내의 자랑이 되었고 술 찍어 먹는 즐거움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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