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글

치커리

크로! 2011. 5. 27. 20:14

이전에는 저는 무엇인가 받는 것을 거북스럽게 생각하였다.  

고등학교시절 남해안에 큰 태풍으로 피해 농가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면제시켜 준 적이 있었다.
넉넉지 못한 우리집에는 당연히 피해서류를 떼어주며 교무실에 제출하도록 강요했지만 저는 그 서류를 찢어버렸다. 아버지는 이 놈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 갈지 염려하며 혀를 쯧쯧 찼지만 수업료를 보내 주기는 하셨다.

LG화학 시절에도 선배 덕에 혜택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혜택이 통장으로 입금되니 모르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하여보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했을텐데.. 대신에 선배에게 불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반대파 사람들은 저를 중심에 세워 선배를 공격하곤 하였다.  배은망덕한 놈이였죠.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선배였는데...

주일에 김요승 집사님이 주말농장에서 딴 치커리 한봉지를 받았죠. 상추는 아니죠?
가족별로 분배되었다니 저도 가져왔지만 부엌에 올려 놓고 까맣게 잊어버렸죠. 오늘 저녁에 치커리 겉저리가 식탁에 올랐을 때 아! 그 봉지가 생각났습니다. 약간 쓴 맛이 일품이죠.

혹시 저의 소극적 감사표현에 상처받은 분이 잇다면 용서하여 주세요.
그 선물은 치커리처럼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주는 선물도 잘 받습니다.
다만 사과박스에 든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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