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촌사람의 티를 벗지 못해서인지 나는 흥정에 약하다. 적당히 알아서 대우해 주기를 원하지 차마 내 입으로 어떻게 하여 달라고 부탁을 못한다. 그런데 요즘은 간혹 이런 내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지난 주 대만하고 축구가 있던 저녁에 갑자기 탁구를 하고 저녁을 먹자는 동료의 제안이 있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기에 모른 척할 수 있었지만 선약이 없으면 쫒아가는 우유부단 때문에 저녁을 같이 했다. 1차 저녁으로 끝나면 경제적 부담이 적은데 2차 기분을 낼 적에는 고심을 해야한다. 이번에는 신성동에서 모임을 가진다는 이유로 내가 지불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면서 기분이 언짢아졌다. 저녁 대화 가운데 많은 요구을 받았는데 내가 부탁한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비는 내가 지불했다는 사실이 나를 억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작심하고 나오고 나는 무방비로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설렁 그렇더라도 그렇게 부탁을 할 때 받아칠 수 있는 순발력이 없었는가?
다음에는 순순히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될 턱도 없었다. 그런데 생명의 삶에서 평행선 대신에 사랑으로 인간관계를 성장시켜가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내가 지불한 비용이 또다른 사랑의 표현이거니 간주하니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교회같은 비이익집단에서야 베푸는 것이 항상 감사의 조건이 되겠지만, 하나님! 회사같은 이익집단에서는 투입된 비용에 대하여 결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임마, 너가 지금 수행하는 과제 중에 너가 제안하여 된 것이 어느 것이냐? 다른 사람이 너에게 거저 준 것 아니냐?'
'그렇지만 이 친구에게는 좀 억물합니다'
'돈 몇푼에 생색내지 마라'
아! 이렇게 글을 끝맺고 싶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