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섭리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짓었지만 연섭(然攝)이라는 이름이 "자연의 섭리"를 뜻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다녔다. 요즘에는 자연에서 벗어나 조직사회의 섭리가 무엇일까하고 궁긍해하고 있다. 저는 거머리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여 한번 목표를 전하면 잘 포기하지 않는 나쁜 습관이 있다. 과제 기간에 해외교육 계획을 세워두었다. 저가 가는 것은 아니고 후배들이 가기로 되어 있었다. 다만 저가 이행 계획을 세워 경영층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참가자를 모집하고, 해외 교육프로그램 일정을 확인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한달를 남겨두고 일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참가자의 한사람은 국정감사 준비로 참여가 불확실 하고, 경영층 교육의 당위성이 약하다고 나무랐다. 그래도 그 거머리 근성으로 줄기차게 밀고 나갔다. "저의 판단에 맡긴다"는 경영층의 말을 승인으로 간주했다 고비를 넘겼다고 기뻐하기도 잠시 해외의 교육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어떤 과정은 취소되고 어떤 과정은 일정이 변경되었다. 며칠 전까지 공고를 했놓고 갑자기 바꿀 수가 있느냐고 항의메일을 보냈다. 그러면 자기 기관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체 교육 방법을 강구하여 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더 저를 옮아매는 것은 잘 진척되던 결재서류가 일상감사에서 제지를 당한 것이다. 2007년 계획을 2006년도에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고, 경영층의 허락을 받았다고 설명해도 소용 없었다. 저보다 더한 거머리를 만난 것이다. 이때 쯤 저는 저의 계획이 하나님의 섭리에서 어긋나는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나만의 목표를 추구하다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닐까? 이 정도는 괜찮을 것도 같은데.. 3권 분립으로 서로를 견제하듯이 저돌적으로 돌진할 때 나를 잡는 조직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