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수학선생님

크로! 2017. 12. 31. 19:52

나는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나왔다. 방과후에는 농사일을 거들고 공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산수와 과학만은 잘했다. 예체능은 최하위였다.   


중3학년 가을은 특별했다. 공부하라며 아버지 어머니가 벼를 추수할 때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것도 선생님이 부모님께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고 특별히 우겼기 때문이다.


시골 학교 때문인지 갓 졸업한 여자 선생님이 많이 부임되었다. 부임 된지 하루 만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은 선생님도 있었다. 그 당시로는 왜 우리 동네를 떠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헌신적인 선생님도 있었다. 중3의 우리 담임은 여선생님이었는데 수학을 가르쳤다. 수학의 원리를 도형으로 설명하면 나는 유도 과정에 넋을 잃었다. 


그 선생님은 나를 유심히 관찰하셨는데 하루는 하복을 입는 첫날 형이 입던 낡아 빠진 옷을 입고 갔더니 안쓰럽게 보시던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하루는 물상 선생님이 오셔서 슬픈 소식을 전했다. 우리 수학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가셨단다. 선생님들의 알력 때문이란다. 우리가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 채 떠나셨다. 물상 선생님은 나약한 우리를 나무랐다.


짧은 몽땅 이라 놀렸던 그 선생님을 기억하면서 살아간다. 왜 우리는 좋은 선생님을 밀쳐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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