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참나물은 봄의 전령사이다. 특히 우리 가족에게는 그렇다. 아니 우리 교포들도 공감한다.
그렇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참나물의 참맛을 모른다. 지천으로 널리어 있지만 요리하여 먹지를 못한다. 그러니 나물 캐는 노르웨이 처녀도 못 보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 저녁에는 꼭 나물을 캐러 가리라 맘을 먹는다. 저녁에 남의 눈을 피해 봉지를 들고 길을 나선다. 저만큼 참나물이 있다. 그렇지만 머뭇거린다. 왜냐하면 노르웨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단다.
왜 동물이 먹는 풀을 꺾어 가느냐고?
차마 내가 그 동물이라고 항변할 자신이 없다.
사람이 뜸한 산과 들로 나가 보지만 참나물은 이상하게도 사람이 빈번한 길 옆에 많다. 애꿎은 드라이브만하고 빈 바구니으로 되돌아 왔다.
다음날 참나물이 밥상에 올랐다. 애들이 집앞 골목에서 조금 꺾었다고 했다. 면책특권(?)이 있는 애가 조금.
참나물 철이 지나가면 고사리가 나온다. 고사리는 야산에 널려 있다. 눈을 피할 수 있으니 좋다.
스푼비카에서 서너 움큼을 따서 온 거실에 깔아 말렸다. 데쳐 맛을 보니 너무 억세다. 삶아서 말려야 한다고 집사님이 알려준다.
꼴깍 꼴깍 침만 삼키다가 봄은 순식간에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