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낚시에 맛을 붙인 후로는 귀국해서도 바다로 뛰쳐 가고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슬로만에 비하면 바쁘게 준비해야하고 또 손때 묻은 바다라는 선입견에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조짐이 없었는지 직장 선후배들이 바다낚시를 마련하였다. 2001년 가을 남당리 대하축제가 끝나는 주말이었다. 그때의 추억을 때문에 2002년 봄 낚시에도 선뜻 승낙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출발 당일 넷사람이 떠나고 새벽에 열명 남짓 온다고 한다. 작년 가을의 시끌벅적한 회식을 한번 더 기대할 수 없다. 대전에서 남당리까지 2시간 가량 걸렸고 먼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미 소문난 집"에는 대하 두마리만 활어수조에 남아 제철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갑오징어도 끝물이라 멍게와 해삼으로 조니워크 블루의 안주로 삼았다. 센타장의 귀한 술이라는 귓뜸 때문이지 참 부드러웠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소문대로 비샀고 더 열심를 낼 것하고 아쉬워 했다. 도란도란 추억을 나누니 벌써 자정이다.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워 짐을 챙겨들고 항구로 나아간다. 벌써 센타장은 낚시채비를 마련하여 두었다. 사실 우리 몫이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직접 챙기신다. 어제 식당에 잊고 놓아둔 백세주을 식당 안주인을 깨워가며 찾는 일이 고작 우리 일이다. 그때서야 새벽꾼들이 자동차로 들어 닥쳤다.
삼원레저의 소형배로 파도를 일으키며 천수만의 좌대로 향한다. 내리기가 무섭게 지부장은 각자에게 낚시대를 챙겨준다. 자기 낚시대도 간수하기 어려운데 그 많은 낚시도구를 준비하는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런 지부장이지만 잡은 숭어 수는 늘 비슷하니 물속은 알 수가 없다.
한시간 낚시대를 드리워건만 입질이 없자 맥주가 돈다. 라면으로 배속이 든든해지자 여유가 생기고 숭어도 걸려든다. 작년 가을에 우럭을 쉴새없이 잡았던 이부장은 오히려 조용하다. 양식장에 던져 잡았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사실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가 들린다. 우럭 대신 불가사리만 연거푸 꺼집어 낸다. 정말 불가사의다.
오전 수확이 숭어 하나에 우럭 서너수이다. 센타장은 입이 많기 때문에 횟감대신 매운탕을 원하는 눈치지만 이 부장은 회칼을 일찌감치 준비하고 계속 재촉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숭어회를 맛보았지만 이 부장은 숭어의 피를 너무 뽑아다고 핀잔을 받는다.
갑자기 낚시대가 요동을 치고 또 숭어가 걸려든다. 매운탕 먹을 시간이 없다. 없는 야채를 주문하고 해묵은 소금을 찾고 큰 버너로 바꾸느라 매운탕이 점심 때를 놓졌다. 저녁에야 매운탕 냄비를 쏟을가봐 조바심하며 뭍으로 옮긴 후에 맛을 보았다. 일품이었다.
해가 중천에 오자 좌대는 너무 덥고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모두가 모자를 썼건만 헉헉 거리고 회도 술도 관심이 없다. 휴대폰으로 아이스케키를 주문하는데 놀랍게도 갔다 준다.
센타장은 올해 두번째인데 아직도 손맛을 보지 못했다며 출발 시간을 늦춘다. 여기저기서 낄낄 거리고 소곤소곤 거린다. 이후에도 영 입질은 없었다. 웃고 즐기는 사이 천수만 저녁은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