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텐트를 걷어 알프스로 간다. 광활한 프랑스 동남쪽을 따라 쏜살같이 달린다. 저녁무렵에 알프스에 도착 할 수 있을까? 디종 남쪽에서 스위스를 향하는 시골 도로로 차 머리를 돌린다. 차츰 가옥에서 느끼는 프랑스 맛이 엷어지더니 스위스 국경이다.
여권에다 도장을 팍 찍으니 스위스다. 역시 산악 국가다. 산을 뚫고 계곡을 이어 간신히 길이 연결된다. 베른을 지나 Thun 호수를 끼고 돌자 인터라켄이다. 어둠이 내릴 무렵 Brienz호수가에 텐트를 쳤다. 명경 같은 호수에 파란 잔디밭이다.
Escort로 아침에 알프스로 오른다. 길옆에는 탁한 급류가 흐르고 가파른 비탈길로 기차는 가쁜 숨을 내뱉는다. 막다른 지점까지 갔다가 차를 두고 기차로 갈아 탄다. 그럼에도 비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이디의 초록 경사면에 감탄이 절로 난다.
그란데발트에서 급경사용 기차로 바꾸어 탄다. 거대한 알프스 바위 속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왔을까? 주위는 온통 구름뿐이다.
몇 번을 쉬었다가 융프라우에 안착한다. 유럽의 꼭대기다. 북극개가 반기는 정상에는 눈바람이 휘몰아 친다. 노르웨이의 겨울 잠바로 스키코스를 걷다가 불안한 마음에 되돌아 온다. 불빛도 공해도 먼지도 없어 우주를 연구하기 쉽다지.
지하시설의 반대쪽에는 두더지처럼 빙하속를 뚫은 동굴 조각이다. 기념품 가게에서 소 방울과 에델바이스를 챙기고 서둘러 하산한다. 머리가 띵하기 보다 배가 꾸르륵거리기 때문이다.
그란데발트에서 다시 내렸다. 포도주통 목거리를 한 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알프스를 굽어 보는 집으로 향한다. 정상과 대조적으로 따뜻한 햇살이다. 알프스 나뭇가지 젓가락으로 컵라면을 비우고 팔베개로 눕는다. 얼마나 되었을까? 그네놀이에 정신이 팔린 나민 해민이을 깨워 기차를 탄다. 급히 오르는 탓에 나민이를 놓칠 뻔했다. 만일을 위해 실종 시나리오를 연습한다.
인터라켄 시내에서 한국 음식으로 트렁크를 다시 채우니 힘이 솟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