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바다 너머로 베네치아가 보인다. 짐만 내려 놓고 서둘러 부두로 달려간다. 바다 바람이 시원하다. 정기적으로 배가 떠난다. 배는 통통거리며 깊어 보이지 않는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바다 군데 군데 말뚝이 박혀있다. 눈앞에 바로 물결이 출렁이고 더 앞에 도시가 보인다.
배가 남쪽 항구에 닿자마자 되돌아 오는 시간 때문에 발길을 재촉한다. 이 때까지 보았던 도시하고 완전히 딴판이다. 물을 매개로 운하와 집과 보행자 도로가 미로처럼 놓여 있다.
갯벌에 도시를 건설한다. 새어 들어오는, 넘쳐나는 물을 어떻게 막았을까? 나의 엔지니어링 지식으로는 얼토당토 않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그 지식 너머에 있고 저절로 탄성을 나온다.
곳곳에 놓여진 운하와 그 옆 인도를 따라 산마르코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름길로 갔다. 어! 다리가 없다. 바로 눈앞에 그 광장이 펼쳐있는데도 불구하고... 발밑 운하를 따라 곤돌라는 지나간다.
눈을 돌려 왼쪽을 보니 서너 블록 지나 다리가 보인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되돌아 나와 간신히 그 다리에 닿았다. 가령 내가 도망자라면 꼼짝없이 갇혀버릴 운명이지만 어느 골목길도 그 나름대로 멋이 있어 잘못든 길도 결코 후회스럽지 않다.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차례 드디어 산 마르코 광장이다. 광장에는 비둘기로 덮혀 있고 사각으로 빙 둘러 건물이 늘어서 있다. 개중에 산 마르코 교회가 자태를 뽐내며 시선을 끈다. 줄지어 들어 간다. 황금 모자이크가 볼 만하다. 피렌체의 두우모 성당에서 실망한 내부의 초라함이 아니다.
나는 베네치아를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 내가 확실히 본 건물은 무엇일까? 산 마르코 교회를 무료로 보았기에 유료인 두칼레궁전에서는 그냥 나왔지 않는가? 개개의 건물보다는 도시 천체의 공학적 예술적 충격 때문이리라.
탄식의 다리 위의 비좁은 사람 틈새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리얄토 다리로 되돌아 나왔다. 좁은 골목길 따라 즐비한 가게에는 베네치아 가면이 보인다. 아내는 허름한 집에서 수작업으로 그렸다는 작품을 발견하고 좋아한다.
배사공의 흥정도 마다하고 배 시간 때문에 바삐 항구로 되돌아 왔다. 피곤한 해민이는 코피를 흘리고 있다.
되돌아 오는 배는 만원이다. 계단에 앉았다.
캠핑장에 밤이 되자 모기가 공습을 시작한다. 베네치아가 늪지대라 모기가 많다. 밤새 모기와 전쟁을 치렀다. 아침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이후 덴마크에 도착할 때까지 온 가족이 팔과 발목을 쉴새 없이 긁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