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 이탈리아를 뒤로하고 알프스 산맥에 오른다. 굴속으로 고속도로가 이어져 있다. 자갈로 채워진 강들이 구비구비 놓였지만 탄성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다. 또 화장실이 급하여 휴게소를 찾느라 주위의 풍경은 눈에 안 들어 온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휴게소에서 남은 리라를 몽땅 털어 음료수를 보충하고 오스트리아 국경을 통과했다. 고지대답게 곳곳에 스키장이 보인다. 넓은 휴게소에 차를 세워 놓고 가스 버너로 물을 끓어 라면을 먹고 천천히 잘쯔부르크로 향한다. 이대로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겠다. 갑자기 도로가 끊긴다. 공사 중이다. 국도를 타고 고개를 넘는다. 고개가 매우 높다. 안개비가 내린다. 고개 마을은 완전히 스키리조트다. 일주일 머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잘쯔부르크 못 미쳐 캠핑장을 찾았다. 앞에는 알프스의 산봉우리가 우리를 호위하고 산비탈에는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산에 부딪친 구름은 비가 되어 텐트를 적신다. 논에 캠핑장을 만들었는지 잔디위에 물이 넘친다. 텐트를 친 후 저녁을 장만하러 시내로 들어갔다. 슈퍼에서 양념된 바베큐와 생수를 샀다. 저녁을 우아하게 차리는데 소낙비가 내리친다. 텐트안으로 식탁을 옮긴다. 밤새 비가 내렸다. 잘쯔부르크에서 이틀 쉬었다 가려는 계획을 바꾼다. 짐을 대충 트렁크에 넣고 시내로 들어갔다. 먼저 모짜르트 광장을 찾았다. 겨우 아침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여행객이 많다. 공간을 채우며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심금을 울린다. 나민이가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이들 때문에 모짜르트 생가를 찾았다. 아마데우스 영화의 음악이 귓전에 맴돈다. 일본 관광객이 많다. 참 조그만한 도시다. 강을 건넜다. 다리는 흔들거리고 어제 내린 비로 강물이 넘실거린다. 미라벨 공원을 가로 지른다. 비는 계속 내린다. 화창한 날씨였다면 어디선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뛰쳐 나올텐데. 비 때문에 건물안에서 누군가 우리를 쳐다만 보고 있을까? 다시 강 하류에서 다리를 건너 자전거 전용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되돌아 왔다. 비에 젖은 몸과 분위기에 젖은 마음이 독일 국경의 햇살을 만나자 거짓말처럼 사라진다.